축구단 사 모으는 오일머니…박지성 친정 '맨유'까지 넘본다 [글로벌 핫이슈]

입력 2023-02-15 17:42   수정 2023-03-17 00:02

최근 해외 축구 팬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의 명문 구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인수 유력 후보로는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가 꼽히고 있습니다. 오일 머니가 세계 스포츠계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축구단 사 모으는 오일머니
13일(현지시간) ESPN 등 외신에 따르면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의 '오일머니'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입찰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지난해 11월 맨유의 구단주인 글레이저 가문은 지분 매각을 선언한 바가 있습니다. 매각 주관사인 레인 그룹은 오는 17일까지 인수의향서를 받을 계획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총 5곳입니다. 석유화학업체 이네오스의 최대 주주 겸 최고경영자(CEO)인 짐 록 클리프턴 공개적으로 인수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나머지 네 곳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업계에선 카타르 자본이 대거 들어간 컨소시엄과 사우디아라비아 측 자본이 맞붙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맨유의 가치는 100억달러(12조 8263억원)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맨유의 시가총액은 14일 기준으로 38억 910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매각을 발표한 뒤 주가가 약 80%가량 급등한 결과입니다. 여기에 맨유가 가진 브랜드 파워와 충성도 높은 팬층,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합산해 시가보다 3배 이상 인수가가 비싼 셈입니다.

이렇게 비싼 값인데도 오일 머니는 축구 구단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석유 재벌인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안이 2008년 인수한 맨체스터시티가 대표적입니다.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유럽 명문팀 반열에 등극했습니다. 2011/2012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EPL 6회 우승했습니다.

카타르는 국부펀드 산하 카타르 스포츠 인베스트먼트(QSI)를 통해 프랑스 명문 구단인 파리 생제르맹(PSG)을 2011년 샀습니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활약한 프랑스의 킬리언 음바페,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 브라질의 네이마르 모두 이 팀 소속입니다.

2021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국부펀드(PIF)로 EPL의 뉴캐슬을 인수했습니다. 앞서 사우디의 압둘라 빈 모사드 알 사우드 왕자는 영국의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사들인 바 있습니다.

유럽 명문 구단과 중동 기업과의 파트너십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카타르 항공은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큰 구단인 FC바르셀로나와 장기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영국 축구단 아스널과, 에티하드 항공은 맨체스터시티와 손을 맞잡았습니다. 오일머니 없이 프로 축구계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입니다.
왜?
중동 국가들이 오일머니를 앞세워 축구 구단을 사는 이유는 뭘까요. 의외로 간단합니다. 새로운 먹거리로 판단해서입니다. 탈(脫)석유 시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수익성이 높은 스포츠 산업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세계 최고 축구 리그로 꼽히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가치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32개 구단의 가치가 9% 증가했습니다. 2020~2021년 코로나19로 대면 관중이 없는 상황에서 2~3% 대의 수익을 냈습니다. 유럽 축구 시장의 가치는 지난 8년간 65%가량 증대됐습니다. 중계권, 굿즈, 유니폼 등을 판매한 수익이 막대해서입니다.

중동 국가들은 자국 항공사와 연계할 수도 있습니다. 에미레이트 항공, 카타르 항공 등 중동 국적기들을 홍보할 수 있는 광고판을 얻게 되는 셈입니다. 아시아 축구 팬들을 끌어모아 중동국가를 경유하게 한 뒤 유럽에 축구 관광을 떠나는 패키지 상품을 낼 수도 있습니다. 시너지 효과를 노린 셈입니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자체적으로 향후 10년간 기업가치가 3배 이상 증가할 거라고 분석했습니다. 아스널과의 협업을 통해서 얻는 수익이 증가할 거란 판단에서입니다. 100여년 넘게 지역 연고를 유지해 온 스포츠 팬들의 충성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중동 국가들은 앞으로 10년간 스포츠 산업을 주요 먹거리로 삼았습니다. 맨시티, 뉴캐슬, PSG 등이 훈련과 연습경기를 뛰러 중동을 찾아오게끔 일정을 짜는 겁니다. 이들을 가까이서 보려 찾아온 팬들에게 중동 국가의 관광 명소를 소개하고 도시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습니다. 카타르는 이미 PSG와 협업해 겨울 투어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다른 속내도 있습니다. '스포츠 워싱'입니다. 인권 문제나 부패 스캔들이 터졌을 때 대중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스포츠를 동원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카타르 월드컵이 있습니다.

지난해 카타르 내 여성 인권, 이주노동자 착취 등 여러 논란이 일었습니다. 개막 직전 경기장에서 주류 판매 금지를 선포하며 최초의 술 없는 월드컵이라 조롱받기도 했습니다. 이슬람교 규율을 세속에 너무 엄격하게 적용한다는 비판이었습니다. 하지만 월드컵이 끝난 뒤 대중들에겐 '메시의 라스트 댄스'만 기억에 남았을 뿐입니다.
'미스터 에브리씽'의 등장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년 월드컵 개최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리스와 이집트 등과 공동개최할 계획입니다. 첫 월드컵이 개최된 지 100년을 맞은 해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의도입니다.

다만 단독 개최 대신 공동 개최를 택했습니다. 2022년 월드컵이 중동 국가인 카타르에서 열렸기 때문에 대륙 간 형평성을 둔 논란에 휩싸이지 않고 싶기 때문입니다. 또 북아프리카, 남부 유럽, 중동을 아우를 수 있다는 명분을 내세워 개최지 선정 투표에서 최대한 많은 표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사우디 왕세자는 월드컵에 드는 비용의 대부분을 사우디아라비아가 부담하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스를 설득하려는 의도입니다. 2004년 그리스는 아테네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90억유로를 쏟아부었습니다. 올림픽이 끝난 뒤 10년간의 경기침체라는 영수증을 받았습니다. 이런 부담을 덜어주려 빈 살만이 나선 겁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월드컵 경기의 75%를 사우디에서 치러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리스가 반발하는 이유입니다. 폴리티코는 이를 두고 "사우디아라비아가 월드컵을 구매하려 한다"고 촌평하기도 했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세계 6개 대륙 국제대회 우승팀과 개최국 리그 우승팀이 맞붙는 클럽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됐습니다. 2027년에는 아시안컵을 개최합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오일머니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비판의 목소리가 거셉니다. 2018년 반(反)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배후가 빈 살만 왕세자라는 의혹이 사라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사우디 내의 여성과 성소수자 인권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국제 인권수호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민키 워든 글로벌 매니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권탄압이 월드컵이란 보상으로 돌아와선 안 된다"며 "이주 노동자 착취 등 FIFA가 규정한 사항을 사우디가 준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2030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은 올해 말에 신청을 받아 내년에 선정됩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미스터 에브리씽'이 월드컵도 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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